모닥불을 밟으며... 정호승
모닥불을 밟으며 마음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떠돌면서 잠시 불을 쬐러온 사람들이
추위와 그리움으로 불을 쬘 때에
모닥불을 밟으며 꿈을 낮추고
그대는 새벽 강변을 떠나야 한다
모닥불에 내려서 타는 새벽이슬로
언제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겠느냐
사랑과 어둠의 불씨 하나 얻기 위해
꺼져가는 모닥불을 밟으며
언제 다시 우리가 재로 흩어지겠느냐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불을 피우면
따뜻해지는 것이 눈물만이 아닌 것을
타오르는 것이 어둠만이 아닌 것을
모닥불을 밟으며 이별하는 자여
우리가 가장 사랑할 때는 언제나
이별할 때가 아니었을까
바람이 분다
모닥불을 밟으며 강변에 안개가 흩어진다
꺼져가는 모닥불을 다시 밟으며
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은 모두 꿈이 슬프다
*****
우리가 가장 사랑할 때는 언제나
이별할 때가 아니었을까
****
말장난 같은
어느 시인은....
당신을 그리워 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우리를 그리워 하는 거야....라고.....
그래...
그때..
사랑하던 그 때..
그때의 설레임...눈빛..그런 게 그리운 거야
지금은 탁하고..생기잃은 눈동자..퀭하니..
남은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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