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화이트 와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생산되며, 가장 유명한 고급 화이트 와인은 거의 대부분 리슬링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이 와인들은 새 오크통에서 숙성하지 않고 중성적인 대형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높은 산도와 과일 본연의 풍미를 유지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독일 와인은 전세계에서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히며, 화이트 와인치고는 이례적으로 고기요리와도 짝을 이룬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소시지구이에서부터 돼지고기구이까지 일상의 모든 요리에 곁들여 마신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가장 좋은 독일 와인들은, 포도의 당도와 완숙도에 따라 카비넷, 슈패트레제,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또는 아이스바인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최상급 독일 와인이 지닌 흥미로운 특징 중 다른 하나는, 비교적 알코올 함량이 낮으나 숙성할수록 드라이해진다는 것이다. 정상급 생산자의 슈패트레제 또는 아우스레제만 하더라도 좋은 빈티지의 경우 최대 20여 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아이스바인이라면 50여 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고, 일부는 100년 이상 보관할 수도 있다.
바인구트 로베르트 바일(Weingut Robert Weil)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화이트 와인 생산국이라는 독일의 명성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라인가우 지역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수준 높은 와인양조에 관한 한 이곳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품질이 뛰어난 그래펜베르크 리슬링으로 명성을 얻은 로베르트 바일은, 19세기에 유럽의 많은 왕들과 귀족들에게 와인을 공급했고 1900년대 들어서는 유럽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양조장은 1875년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독일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로베르트 바일 박사가 창립하였으며, 현재 소유주인 빌헬름 바일은 가문의 사업을 4대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 양조장이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은 총 75헥타르이며 연간 생산량은 55만병 정도다. 포도밭은 유기농법으로 관리되고 수확량을 소량으로 제한하며, 수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와인 양조 과정을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수행함으로써 와인의 질을 최상으로 유지한다.
로베르트 바일에서는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프랑스 그랑 크뤼에 버금가는 품질을 보여주는 키드리히 그래펜베르크 포도원에서 나오는 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이 포도원은 1868년에 첫 와인을 생산하였는데, 밭의 경사가 60도에 이르며 돌이 많고 황토와 모래가 섞인 매우 독특한 테루아를 형성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은 우아하고 섬세하며 장기 숙성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2002년 빈티지의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키드리히 그래펜베르크의 경우, 2045년 또는 그 이후로도 숙성을 계속할 만큼 장기 숙성력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꿀, 미네랄, 살구, 향신료 등의 관능적인 풍미가 복합적이고 강하며, 질감은 마치 기름처럼 매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