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여림

The Dreaming 2016. 8. 22. 15:49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여림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여림(1966-2002)*

본명(여영진)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2년 겨울, 당선작 한 편만 세상에 발표하고
몇년을 침묵하며 살던 그는 110편의 유작을 남기고
36세의 젊은 나이로 자살을 하였다

 

 

 

 

 

 

 봄볕 같은 햇살이 참 고운 아침....

살아야 하는 그 근사하고

절박한 이유를

열 가지쯤 적어봅니다...

 

 

 

 

Ad Dios / Autumn Rain